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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아카이브

 

2019-10-01 00:19:36  |  조회수 : 644  |  작성자: 지역혁신팀  |  정보공유_인터뷰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다 - 울산 (주)뉴미들클래스 박승한 대표

 

고향이 울산이라고 하면 으레 듣거나 하게 되는 질문이, "아버지가 중공업에서 일하세요?"라고 합니다. 울산 하면 ‘중공업’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히 따라붙을 만큼 1960년대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 이노베이션, 삼성SDI, LG화학 등 대기업들의 공장들이 자리하며 국내 제1의 공업 도시로 이름을 날렸죠. 그만큼 남편 따라 아빠 따라 울산에 자리 잡는 가족들이 많았고, 대부분 꽤 괜찮은 연봉을 받고 여유로운 가정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 조선업의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신규 채용의 길이 막히면서 고인 물 같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뉴미들클래스>의 박승한 대표는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와 공업도시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을 열었습니다. 공간의 이름은 ‘3층집’으로 울산 성남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울산으로 향한 날 비가 내려 한산해진 거리에는 고깃집이나 카페 같은 상업공간들이 즐비했습니다. 살짝 골목 뒤편으로 물러나 있는, 오래전 여관이었던 건물 3층으로 계단을 올라가 나무문을 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활동이 중단된 상태의 사물들이 이곳저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편안한 모습의 박승한 대표는 멀리서 와주어 고맙다며 따뜻한 차를 내주었습니다.

 

 

 

번화가처럼 보이는 거리인데 조용하고 편의점 하나 찾기가 쉽지 않네요.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다고 하던데, 서울의 압구정 같은 동네인가요?

저는 서울로 치면 종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일단 지리상으로 강의 북쪽인데다 향교나 옛날 시장도 있고 최초의 경찰서와 소방서도 있어요. 지금도 유동 인구가 적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3층집’은 멤버십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유동 인구를 보고 위치를 고른 건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멤버들이 여기에 오는 길에 즐길 것들이 있는지가 중요했어요. 식당이나 카페 같은 시설이 있으면 좋잖아요.

 

여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라고 들었는데 여기를 선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공간이 특이해서 골랐어요. 저희는 3, 4층과 옥상을 쓰고 1, 2층은 청년창업센터 출신 창업자들이 각자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을 발견하고는 함께 사용할 사람들을 찾았어요. 콘텐츠를 만들고 행사를 할 텐데, 결이 비슷한 회사들과 함께 쓰고 싶었거든요. 외부 간판을 보시면 건물이 통째로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공유하고 있고, 그래서 표면적으로 보기에 지원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건물주께서 여관으로는 도저히 운영이 안 돼서 폐업 처리하고 한 달 동안 대안 없이 건물 앞에서 담배만 피우고 계셨대요. 그리고 절 만나기 전에 대통령 만나는 꿈을 꿨다고 하셨어요.

 

‘3층집’이라는 이름이 평범한 듯하면서도 독특해요.

큰 의미는 없어요. 3층에 있어서 ‘3층집’이에요. 그런데 어떤 분이, 철학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층수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본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좋은 뜻인 것 같아요.

 

 

‘3층집’이 입주되어 있는 ‘이름 없는 건물’ 외부 전경.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요.”

 

 

공연이나 마켓도 열고, 요리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던데 그냥 문화 활동이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이에요.

여기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은 규정짓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멤버들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프로그램의 형태로 공유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개설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3층집’ 홈페이지에 개시하고, 관심 있는 멤버들이 신청해서 참여하는 방식이에요. 스텝들은 크게 관여하지 않고 불편하거나 협조할 사항이 있을 때 보조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물론 같은 멤버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참여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이 공간의 주요 역할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환경을 제공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목적이 있죠.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반상회라는 걸 자주 하는데 어느 날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어요. 그런데 멤버들 중에 영상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뉴미디어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감독님들을 모집했어요.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각자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해서 상영회를 열었어요. 인터뷰, 뮤직비디오, 다큐 등 다양하게 나왔죠. 뭘 하려고 모인 게 아니었는데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관심사들이 모여서 결과물을 냈던 기억이 재미있게 남아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가 순수하게 하고 싶은 걸 함께하기 위함이네요.

맞아요.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요. 타지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연령대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데,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다양한 관점들이 공존할 수 있거든요. 물론 모두가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멤버들은 기획보다 참여에 더 열심이기도 해요. 시작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수익을 내기 위해 원데이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을 늘려도 될 텐데요.

목적이 거기에 있지 않으니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참가비를 받고 워크숍이나 클래스를 여는 건 의심할 여지없이 당연한 행위예요. 그래도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일차원적인 구조의 사업은 재미도 없고 경쟁자도 이미 수두룩해서 굳이 제가 또 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그런 서비스는 멤버들이 안 좋아해요. 우린 일회성으로 오가는 사람들보다 단골손님이 훨씬 중요한 사업이거든요.

 

가족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요. 가입하기 전 인터뷰가 있던데, 주로 어떤 점을 보시나요?

인터뷰라고 하니 면접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편하게 서로 궁금한 점들을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데 약간 부담스러워하셔서 정책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중이에요. 인식 자체를 바꾸는 건 좀 어렵더라고요.

아직까지 저희 측에서 탈락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맡겨요. 생각하신 바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외부인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멤버들 내에서 참여가 가능해요. 제한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이 하나의 관심사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같은 구성원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활동들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대신 한 달에 한 번 오픈 프로그램을 해요.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마켓이나 파티를 열기도 하고, 멤버들이 했던 프로그램을 오픈하기도 하지요.

 

 

 

‘3층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 프로그램들. (사진 제공 - (주)뉴미들클래스)

 

 

 

“삶의 태도에 따라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회사 이름이 <뉴미들클래스>, 새로운 중산층이라는 뜻이죠. 어떤 의미와 비전을 담으셨나요?

하루는 공동 설립자인 김이화 설치미술 작가와 중산층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왜 우리나라는 유독 경제적으로 순위를 매길까? 중산층이라고 하면 왜 연봉이 얼마, 집은 어디, 차는 몇 cc인지가 먼저 떠오를까? 궁금하고 불편했어요. 현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면 새로운 개념의 중산층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거예요. 금수저, 흙수저라는 개념이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경제적으로 계층간 이동이 불가능한 시대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신분 상승이 가능하잖아요. 삶의 태도에 따라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계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계급사회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다는 거죠. 새로운 중산층에 대한 정의를 내리셨네요.

저희가 정리한 새로운 중산층의 정의를 몇 가지 말씀드리면 우선 ‘지식과 경험을 기꺼이 나눌 것’, 또 ‘남과 다름을 인정할 것’, 다음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먼저 생각할 것’이었는데 이 부분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할 것'으로 업데이트했어요. 개인의 꿈과 역할에 집중하던 때를 넘어서 이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대승적인 차원에서 말이죠.

 

사회 구성원이 모두 문화적 중산층이 되어 더 나은 삶을 영위했으면 한다고 하셨는데, 문화의 발전이 좋은 삶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마음이 풍부해져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제 모습도 덩달아 다양해졌어요. 경험이 많아지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게 수월해지고요. 또한 습득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태도가 점점 변화되는 걸 느껴요. 책도 읽는 게 끝이 아니라 느낀 바를 행했을 때 비로소 독서라는 행위가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을 바라볼 때도 더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됐어요. 예전에는 단순히 비판만 했다면 이제는 문제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요. 혼자서는 어렵지만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점점 더 넓게 뻗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멤버들도 ‘3층집’을 통해 스스로 변화되고 있다고 얘기해요. 머릿속에서 맴돌던 것들을 용기 내어 실행해볼 수 있으니까요. 설령 실패하더라도 경험이 되고, 여기서는 실패해도 잃을 게 없잖아요. 그게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실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여기에서는 그게 가능해요.

 

자신이 주체가 된다는 건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죠. 지역문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가 주체적인 역할을 하기보다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키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체육으로 치면 엘리트 체육보다 생활체육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데 문화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는 연예인이라는 신적인 존재를 동경하며 갈망하는 것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좀 과한 것 같아요. 그보다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닮은 사람들과 만드는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민문화, 인디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문화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서 개개인이 문화인이 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해요. 예전에는 시에서 축제를 많이 열었어요.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인디문화도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한 발짝 물러서서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소비자 입장으로는 상대적으로 짧은 문화생활만 반복하게 돼요. 우리 각자가 생산적인 주체로 성장해야 합니다.

 

 

 

 

 

“울산은 문화산업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어요.

이런 지역에서 ‘3층집’의 멤버가 되겠다는 건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표시예요.”

 

 

울산은 중산층의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경제적인 환경이 좋잖아요. 도시가 가진 아이덴티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느낌이 들어요. 서울에 계시다가 고향에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까지 울산에서 살다가 대학을 서울로 갔어요. 김이화 작가가 마침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기에 도와주러 잠깐 내려왔던 것뿐이었어요.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누구나 놀러올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 홍보하고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는데 그게 오픈 프로그램의 시초가 됐어요. 누가 이런 행사에 관심이나 있을까 의심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왔어요. 70명 정도 됐으니까요. 구도심에는 4, 50대의 문화가, 시내에는 20대 초반들의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저 같은 30대 초중반의 사람들이 즐길 만한 거리가 없었던 거죠. 

서울에서 이런 공간의 멤버였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활동하면서 불편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죠. 마침 크리스마스 파티를 통해 반응을 살피고 비슷한 콘텐츠를 몇 번 실험해보면서 꾸준한 참여자들이 있는 걸 보고 용기를 냈어요.

 

서울의 멤버십 공간에서 느끼셨던 불편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멤버들과 스텝들 간의 소통이 어려운 구조였어요. 저는 사용자 중심의 운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공급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멤버들끼리 관계를 맺고 공간에서 탈퇴하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그 공간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런데 굳이 울산을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울산에 더 필요하다는 마음 때문이에요. 서울에는 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사업적으로 경쟁자도 너무 많고요. 울산에는 민간이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전무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에도 별로 없고요. 말씀하신 대로 중산층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울산이야말로 그 색이 강한 도시죠. 창업한다고 하니 부모님도 의문점을 많이 가지셨어요.

 

이 도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나봐요.

많죠. 저 자체가 울산 문화의 피해자인 셈이에요. 저희 아버지도 중공업에 다니셨어요. 전형적인 울산 가족의 모습이죠.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는데 울산에서 진학하면 안 되겠냐, 공무원을 준비해봐라 등 제 가치관과는 맞지 않는 제안들을 많이 하셨어요. 게다가 집이 동구에 있는데 동구는 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교통이 불편하고 울산 안에서도 섬이라고 할 만큼 고립되어 있는 지역이에요. 그 안에만 있으니 제 세상이 얼마나 작았겠어요. 감사하게도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문화적 경험은 전무했어요. 영화 한 번을 보러 가지 않았으니까요. 저와 다른 배경의 사람을 겪어볼 기회도 전혀 없었고요. 아는 게 없으니 갈증 자체도 못 느꼈는데 서울에 올라가서 댐이 와르르 무너진 거죠.

 

말씀하신 대로면 문화적 불모지인데 사업가 입장에서 울산의 한계점이나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울산에서 문화란 예술인들의 소유였고 문화산업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어요. 주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나 시에서 니즈를 못 느껴요. 이제야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자꾸 관광을 늘리려고만 합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전 단계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말이죠. 축제는 지자체에서 여는 것, 지원사업을 받아서 여는 것, 대기업에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책임경영) 차원으로 여는 것들이 있는데 지역민들은 지출을 하면서까지 그런 문화를 향유할 필요성을 못 느껴요. 문화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 거죠. 이런 지역에서 ‘3층집’에 비용까지 내가며 멤버가 되겠다는 건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표시예요.

축제 등 기획에 직접 나서지 그러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울산에서는 섭외 자체가 힘들어요. 대부분 서울을 기점으로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에 한 번 초대하려면 비용이 만만치가 않거든요. 지역에 거점이 있으면 금전적으로 더 여유로울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요.

장점이라고 한다면 워낙 이런 특성을 가진 곳에 있으니 눈에 띕니다. 신문, 방송 같은 매체에서 관심을 주시고요. 어떤 분이 저희 보고 10년 정도 앞서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구조로 수익을 낼 수 있을 줄 몰랐대요.

 

가까운 옆 동네 부산에 비해서 문화적으로 뒤떨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학교 수예요. 문화 활동은 대학 문화에서 많이 출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부산이나 대구는 울산과 비교할 수 없이 대학교가 많아요. 문화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야 하는데 대학은 그러기에 딱 좋은 환경이잖아요. 울산은 공업도시이기 때문에 성비도 남성이 훨씬 많고 일하러 온 가족 단위의 구성원들이 대부분이에요. 도시의 기능이 취직뿐인 거죠. 그마저도 이제는 채용이 많이 줄어서 타지인의 유입은 없고 성인이 된 자녀들은 타지로 나가니 인구 유출만 되는 상태예요. 이런 지역색이 변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울산은 지역색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3층집’을 다른 지역에서 하면 많이 다른 그림이 나올 듯해요.

사실 서울 공덕동에 지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요. 11월 중이 될 것 같고 곧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오픈해요. 사업을 확장하면서 좀더 넓은 뜻을 담기 위해 ‘인더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리뉴얼될 거예요. 울산과 다른 활동들이 많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고, 그것들이 울산으로 다시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로 가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서울과 울산을 연결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우리는 그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할 거예요.

 

 

 

 

 

 

“서울에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마케팅도

지역에서는 더 신경 써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해야 해요.

절대로 만만하게 보시면 안 돼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원을 받으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땠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시회적기업육성사업으로 받았었고, 현재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탈피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사업개발비를 받으려면 서류작업이 지나치게 많아서 실질적인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예요. 기업이 작을수록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지원사업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서울 지점을 준비하는 것도 독립하기 위한 한 단계예요. 큰 결심했죠. 뒤는 절벽이고 앞이 암흑이라면 앞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창업하기 전에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이 있나요? 어떻게 대처하셨어요?

목표했던 멤버 수에 미달인 부분이 가장 컸어요. 1년에 50명 정도는 될 줄 알았거든요. 30~40명이었던 적도 있고 현재는 20명 내외예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좋은 서비스인데 말이죠. 이 벽을 뛰어넘으려면 타지역과 연결해서 새로움을 줘야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역의 한계네요.

로컬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사업을 시작하신 지도 5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그동안 지역이 어떻게 변화되었다고 느끼시나요?

그 사이에 울산에 문화재단도 생겼어요. 우리 때문이라기보다는 이곳도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멤버들 개개인의 변화는 많이 느껴집니다. 다만 이곳을 떠나서도 그 모습이 유지돼야 하는데 환경의 벽을 깨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을 거예요.

 

지역사회와 관련된 사업들은 많지만 모두 성공하진 않죠. 꼭 염두에 둬야 할 점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지원사업에 의존하면 안 돼요. 그것에만 의존하는, 그야말로 지원사업으로 만들어낸 사업들이 많아요. 언젠가는 독립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신의 비전과 콘텐츠, 자립성이 필요해요. 사실 지역 지원사업은 경쟁자가 적어서 받기 쉬워요. 경쟁자가 많아야 퀄리티도 높아지는데 말이죠.

노하우라고 한다면, 작게 시작해보세요. 실험을 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고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는 과정을 가져보면 좋겠죠. 서울에서 창업해도 마찬가지로 거쳐야 할 과정이겠지만 지역에서는 그 영향이 훨씬 더 큽니다. 서울과는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특화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에요. 서울에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마케팅도 지역에서는 더 신경 써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해야 하고요. 손이 많이 가요. 절대로 만만하게 보시면 안 돼요.

 

서울 지점이 잘 되면 또 생각하시는 지역이 있나요?

세 번째도 서울이 될 것 같아요. 하나의 공간으로 충족되는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워낙 도시가 크고 동네마다 특유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으니까요. 그 다음이 있다면 다시 내려와서 부산이 될 수도 있겠죠. 전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한동안 강연이나 원데이클래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사람들도,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을 제공하는 플랫폼 시장도 우후죽순 나타났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에게는 취미를 갖는 자리, 영감을 얻는 자리, 또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과하게 불어나는 시장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명백히 나뉘어 있는 구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주입식 교육이라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때 참가비를 받아 수업을 오픈했던 사람들도, 수수료를 받아가며 신청자를 모아줬던 비즈니스도 지금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자리의 모양새가 그때와는 조금 달라졌다는 겁니다. 수동적으로 임하던 학생 입장의 소비자들이 하나하나의 주체가 되어 함께 토론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들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많고, 사람들은 기꺼이 멤버가 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씁니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3층집’만큼 자유로운 곳은 여태 보지 못했습니다. ‘3층집’은 시스템만큼 공간도 자유로웠습니다. 장비와 비품들이 누구나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아무렇게나 편하게 비치되어 있었어요. 지난 행사의 흔적도 그대로 남아 어떤 사람들과 시간들이 지나갔는지 다시 묻고 떠올리게 만들었고요. 그 무엇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 무엇이든 창출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개인의 능력과 관심사에 상당 부분을 위임하겠다는 의지가 ‘3층집’ 구석구석에서 엿보였습니다. 

울산이라는 지역에서 도전하고 있지만 눈은 항상 서울에 두고 있다는 박승한 대표. 지역 자원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연결해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괜찮은 방법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서울 공덕동에서 ‘3층집’의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고 울산과의 교류를 만들어갈 문화 중산층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글·사진  서호영

편집  김인경

교정·교열  윤정아

발행  노마드 시티

총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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